세 번째로는 회사를 통해 만난 현호 님을 소개한다. 현호 님은 힙합엘이에서 몇 년 동안 디자인뿐 아니라 영상 촬영, 웹 디자인 등과 관련된 일을 해오셨으며, 몇 년 전 직접 설립한 ‘바이트(Bite.)’라는 프리랜서 에이전시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을 이어왔다. 8월의 어느날 현호 님과 나는 조금은 갑작스럽게 한남동 카페에서 만나 서로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로 앞에 녹음기를 놓고 나누는 대화는 어떻게 보면 부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또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과 하루하루 똑같은 패턴 속에서 지침을 느낄 수 있는 무더운 8월에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새로운 점을 발견하고, 또 내 앞에 녹음기가 놓였을 때 나에 대해 새로운 걸 배워가는 소소한 인터뷰, 그 세 번째.
오락실에서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저는 어릴 때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심심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사실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과외도 안 받으니까 시간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심심한 적이 없어요. 특히 게임이나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포토샵을 배우게 됐거든요. 디자인에 대한 개념도 없었을 때인데, 포토샵을 접하면서 이런 것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포토샵을 접하게 된 계기는 사실 게임 때문이었어요. 오락실을 자주 갔던 시절이 있었는데, ‘펌프’라는 게임에 한창 빠져있었어요. 게임 커뮤니티 활동도 했었는데, ‘펌프’를 하려면 오락실을 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게임을 컴퓨터로 옮길 수 있는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커스텀으로 그래픽 디자인도 만들어서 넣어야 하는데, 그 계기로 처음 포토샵을 직접 배웠어요.
그때부터 제가 직접 무엇을 만들고, 커뮤니티에 올려서 피드백을 받는 걸 즐기게 된 것 같아요.
나의 첫 아이팟 클래식
그때 유행이었던 아이팟을 어머니가 처음 사주셨어요. 그때는 아이팟이 정확히 뭐가 좋은지도 몰랐는데, 그냥 용량이 큰 MP3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디자인이 조금 인상적이긴 했는데, 사실 그 이후에는 국내 회사의 MP3를 샀거든요.
애플만 봐도 디자인의 힘이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어요. 아이폰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또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아마 가장 크게 바꾸고 있는 디자인 중 하나죠. 예를 들어 어릴 때는, 이런 다양한 기계나 내비게이션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공간을 바라보는 기준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거였죠. 공간의 이해도가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것들로 제한되어있었어요. 하지만 지도 어플과 내비게이션에 익숙해진 후, 위에서 밑으로 내려보며 공간을 인식하게 되고, 그 방식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해지는 거죠.
처음 만들고 판매한 나의 서랍
대학교에서 힙합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그 당시 음악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비트테입을 만든 적 있어요. 사실 그때 제가 만든 음악을 지금 와서 들으면 정말 허접해요. 지금은 프로듀싱을 배우기 정말 좋은 환경인데, 그 당시에는 프로듀싱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냥 제가 원하는 느낌의 음악을 만들었는데 몇 곡 쌓여서 CD로 제작했어요.
테입의 이름은 ‘서랍’이었어요. 별 의미는 없었는데… 웃긴 건 그 당시 학교에서 학생들이 부스를 차려서 플리 마켓처럼 소소한 물건들을 파는 행사가 있었어요. 갑자기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팔고 싶은 게 없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급히 인터넷으로 서랍 이미지를 검색해서 앨범 커버를 만들고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트테입을 팔았어요.
화려하진 않지만 힘 있는 디자인, 바이트
이름을 생각할 당시 정말 이상한 후보가 많았어요. 그럴 때는 심플하게 가는 게 답이더라고요. 애플의 로고를 보면 한 입 베문 사과잖아요. 정말 단순하기도 한데, 그 한 입 베문 이미지를 보면 이제 애플이 바로 떠오르죠. ’애플’이라는 이름도 정말 평범한 단어인데 이름을 떠나서 회사의 브랜딩이나 디자인의 힘으로 인해 회사 이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거죠.
화려하진 않아도, 바이트를 통해서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최대한 현실화 시키고 싶어요. 꼭 화려한 디자인이 답이 아닐 때도 있으니까요.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디자인
사실 제가 디자인한 것 하나하나 소중해요. 하지만 지금 하나만 딱 말하자면 ‘메킷레인’의 로고를 고르고 싶어요. 메킷레인이라는 회사가 생기기 전에 멤버들이 원하는 로고의 느낌에 대해 미팅을 했어요.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의뢰할 때는 주로 추상적으로 말씀해주세요. 디자인을 배운 분들이 아니시니까 그냥 원하는 ‘느낌’을 얘기해주시죠. 그 당시 모티프가 ‘물방울’이었고, 최대한 심플하지만 세련된 느낌을 살려서 만든 게 지금의 로고예요. 메킷레인이라는 회사가 커지고, 많은 힙합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로고의 힘도 더욱 커지잖아요. 이제는 모두가 메킷레인하면 그 물방울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그럴 때 뿌듯함을 느껴요.
디자인은 세상을 더욱더 긍정적이게 바라보게끔 해줘요
사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흔하지 않은 직업이죠.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의사, 변호사, 이런 직업을 떠올리죠. 그분들은 정말 존경받아야 하고 사회가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필요한 분들이에요. 하지만 저는 학교에 다니면서 그런 직업에는 흥미를 못 느꼈어요. 사람들이 보기엔 디자인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제 생각에는 디자인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발전하고 우리의 하루하루가 더욱더 재밌어질 수 있어요.
아까 말했듯이 스마트폰 지도 어플을 통해 공간의 인식이 바뀌고, 또 우리가 하루에 스마트폰과 시간을 제일 많이 보내죠. 작은 화면을 통해 넓은 세상을 접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고, 또 감동과 재미를 얻을 수 있잖아요.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우리의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저는 그런 직업을 갖고 있다는 거에 큰 의미를 두고, 참 감사하게 생각해요.
In the arcade
I was never bored hanging out alone when I was young. After school, I didn’t participate in any extracurricular activities and wasn’t a very hardworking student so I had a lot of time on my hands. I took interest in computer and games, so I naturally came across Photoshop when I was in fifth grade. I didn’t understand the concept of ‘design’ back then.
I would hang out in the arcade in most of my free time, and there was a phase where I was obsessed with the game ‘Pump.’ There was an online community of Pump users, and people would customize the game code so that people could play it on the computer instead of going to the arcade each time. That was the first time I put Photoshop to actual use.
Ever since then, I’ve been intrigued by creating something and sharing it with others.
My first iPod Classic
My mother bought me my very first iPod Classic which was the trend back then. I didn’t know much about Apple back then, and I didn’t know what made the iPod different from other MP3s. It just seemed like an MP3 with a lot of storage. It didn’t make a big impression on me though, because after that I bought an MP3 that wasn’t from Apple.
Apple today is the most obvious way we can understand the power of design. Apple UI continues to influence the way we navigate and understand the world around us. For example, when we were younger we might have pictured the map from our limited perspective, literally in the way our eyes saw the street. That means our vision and understanding of the landscape was very limited. Now, after we’ve become used to the Maps application, we see the world in bird’s eye view and this has really changed the way we see space.
My first mixtape
During college, I joined a hip-hop club, and I actually became interested in making music so I produced some of my own beats. Honestly, the music I made wasn’t that great. Now, you can learn producing on YouTube, but back then there wasn’t a lot of information readily available. I just made music that sounded good and ended up making a CD out of it.
The name of my mixtape was ‘Drawers.’ It didn’t have a very special meaning to it… Funny story is some of the students would open a flea market on campus to sell things they had made, so a friend reached out to me to ask if I had anything to sell. That’s when it popped into my mind that I could sell my own music. I quickly searched up a picture of drawers online and used it as my album cover. That was the first and last time I sold my own mixtape.
Simple but effective, Bite
When I was first thinking of names for my agency, there were a bunch of strange ideas on the list. But if you see Apple’s logo, it’s just a bitten apple. It’s so simple and random in a way, but now the image immediately signifies Apple. In the end, it’s not so much about the meaning of the word or image, but the power of the company’s self-branding.
That’s the kind of design I want to make for my clients. It doesn’t have to be super fancy, as long as I get their ideas across in an impactful way. Sometimes simple is best.
My most memorable design
Each design I create is meaningful to me. If I must pick one, I would choose MKIT RAIN’s logo. Before MKIT RAIN was officially launched, I had a meeting with the members regarding the logo. Usually when clients reach out to me, they have never professionally learned design, so their explanations end up being very abstract. The main concept of the logo was a rain drop, and I tried to convey that image in a simple but trendy way. Now, MKIT RAIN’s logo is like their emblem, and as the company gets bigger the logo itself carries more power too. To MKIT RAIN members and their fans, the logo is more than an image—it signifies something much bigger.
Design that helps move society forward
Not a lot of people dream of becoming a designer. It doesn’t seem like a very common thing to do, and neither does it seem very necessary. Most people think of necessary jobs to be doctors and lawyers. Those professions are incredibly necessary to help society maintain order, but for some reason, I just never found interest in those jobs. To most people, design may not be a necessary aspect in life, but I find design is what helps improve society and makes our lives much more meaningful.
I gave the example of maps and the way we navigate space, and we all understand that smartphones are what we spend most of our time interacting with in society today. Smartphone use has its pros and cons, but the pros are that we can understand a much bigger part of the world through a small screen in our hands. We gain new information, but not just that—we find entertainment. Design shapes each of our views and plays an important role in how we interact with the world. And I’m thankful that I am able to help in that role.